전문성의 시작, 경계를 지키는 용기 (1-6번 역량)_황현호 원장 new

작성자: 최고관리자님    작성일시: 작성일2025-12-01 07:37:04    조회: 35회    댓글: 0

전문성의 시작, 경계를 지키는 용기

(1-6번 역량)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학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학교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코칭 세션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고객은 최근 겪고 있는 직장 내 갈등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출근길에 차 안에서 울기도 해요. 이건 제가 원하는 삶이 아니에요." 고객의 눈가가 붉어졌고, 목소리는 떨렸다. 그 순간 코치인 나는 강한 유혹에 빠졌다. '지금 이분에게 필요한 건 조언이 아닐까? 내가 겪었던 비슷한 상황을 이야기해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이 정말 코칭인가, 아니면 코칭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인가?


이러한 순간은 코칭 현장에서 생각보다 자주 마주하게 된다. 고객이 힘든 감정을 털어놓을 때, 명확한 해결책을 간절히 요청할 때, 우리는 코치로서의 역할과 다른 지원 전문직의 역할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코칭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그 역할은 컨설팅, 멘토링, 심리치료 등과 혼재되곤 한다. 그러나 이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고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코칭의 효과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윤리적 실천이다.


경계, 왜 중요한가

국제코칭연맹의 핵심 역량 6.1은 코치에게 자신의 역할 범위를 정확히 알고, 고객에게 그 한계를 투명하게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이 구분이 없다면 코치는 자신의 전문 범위를 넘어 고객에게 잠재적인 해를 입힐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코치가 이 경계를 철저히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규정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다. 이는 고객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함이다. 코치는 고객의 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며, 고객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 대한 전문가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 역할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 일반인들은 코칭에서 조언이나 가르침과 같은 직접적 개입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문 코치는 경청과 촉진이라는 과정의 중요성을 더 깊이 인식하고 있다.


세 가지 핵심 경계선

코칭 교육과 훈련 전문가로서 우리가 명확히 구분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영역과 코칭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코칭과 컨설팅의 경계

컨설팅은 문제 해결을 위한 지식이나 전문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가 중심의 접근이다. 컨설턴트는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반면 코칭은 고객이 스스로 답을 찾고 행동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고객 중심의 접근이다.


코칭 세션에서 고객이 경력 전환을 고민하며 "어떤 분야로 가야 할까요?"라고 물을 때, 코치는 "제 생각에는 이 분야가 좋을 것 같아요"라고 조언하는 대신, "당신이 가진 강점과 가치관을 고려했을 때,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오는 방향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함으로써 고객에게 답의 소유권을 돌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코칭이 가진 고유한 힘이다.


둘째, 코칭과 심리치료의 경계

심리치료는 과거의 트라우마, 병리적 문제, 현재의 기능 부전 등을 다루어 치유와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치료사는 고객이 가진 심리적 고통에 초점을 두고 이를 완화하며 현실 적응을 돕는다. 반면 코칭은 현재 기능에 문제가 없는 고객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미래의 목표 달성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코칭은 이미 긍정적 상태에 있는 개인이 더 나은 상태로 이동하는 것을 주제로 한다.


코칭 세션 중 고객이 심각한 우울증 증상이나 자해 충동을 호소하는 등 레드 플래그가 감지될 경우, 코치는 즉시 자신의 역할을 멈추고 심리치료사에게 의뢰해야 한다. "지금 고객님이 겪고 계신 어려움은 제가 가진 코칭 전문성보다 심리치료 전문가의 도움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라는 진솔한 고백은 코칭의 실패가 아니라, 고객을 향한 최고의 전문성과 존중을 보여주는 행위이다.


셋째, 코칭과 멘토링의 경계

멘토링은 경험 있는 멘토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가르침을 주는 것이다. 멘토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며 선배인 경우가 많고, 멘티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주고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 반면 코칭은 고객이 스스로 배우고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다. 코치는 반드시 해당 분야의 전문가일 필요가 없으며, 보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고객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고객이 코치에게 멘토링을 요청할 때는 코칭의 윤리적 경계 내에서 명확하게 요청의 의도를 살피고, 역할을 분리하여 수행해야 한다. "제가 이 부분에서는 제 경험을 나눌 수 있지만, 그것은 코칭이 아닌 멘토링의 형태가 될 것입니다. 어떤 방식이 지금 당신에게 더 필요할까요?"라고 물을 수 있다.


윤리적 위험과 책임 있는 의뢰

이러한 경계를 무시하고 코치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사람이 되려고 할 때 윤리적 위험이 발생한다. 코칭 범위를 넘어서는 순간, 코치는 자신의 전문성이 부족한 영역에서 고객에게 잘못된 조언을 하거나, 심리적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결정에 방해가 되고, 원하는 정보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은 부족하다. 이러한 시대에 협동적이고 해결 중심적인 대화가 절실하기에 코칭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하지만 이것이 코치가 모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코치는 고객의 이야기를 경청할 때, 그 내용이 코칭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는 순간 주저하지 말고 책임감 있는 의뢰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코치는 신뢰할 수 있는 심리치료사, 정신과 의사, 법률 전문가, 재무 컨설턴트 등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두어야 한다. 코칭을 하면서 발견되는 고객의 필요를 적절한 전문가에게 연결해 주는 것도 전문 코치의 중요한 역량이다.


신뢰의 공간을 만드는 윤리적 용기

신뢰의 공간을 만드는 것은 코칭의 기술이 아니라, 윤리적 용기이다.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할 때 비로소 코칭은 그 본연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코칭의 핵심은 고객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코치가 모든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객이 자신의 답을 찾도록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질문하며 함께 탐색하는 과정이다.


코칭 교육과 훈련을 할 때 나는 예비 코치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경계를 지키는 것은 고객을 돕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고객을 가장 효과적으로 돕는 방법입니다. 당신이 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의 가치가 더욱 명확해집니다."


코칭에서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찰 훈련이 필요하다. 단순히 코칭 경험이 많다고 해서 능력을 내세우며 교만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다시금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 자신이 진행한 세션에서 경계를 잘 지켰는지, 고객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더 나은 질문을 할 수 있었는지를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


코치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인드셋은 개방적이고 호기심 있으며, 유연하고, 고객 중심적인 사고방식이다. 이는 선택에 대한 책임이 고객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고객의 유익을 위해 자신의 인식과 직관을 활용하며, 다양한 상황과 문화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인지하는 태도를 포함한다.


경계를 지키는 것은 제한이 아니라 자유다. 명확한 경계 안에서 코치와 고객 모두 안전하게 탐색하고,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전문성의 진정한 의미이며, 윤리적 용기의 실천이다.


성찰 질문

1. 코칭 세션 중 고객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치료적 해석을 해주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꼈던 가장 최근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2. 당신이 코칭할 수 없는 레드 플래그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고객을 신뢰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에게 연결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나요?


참고문헌

ICF Core Competency 1.6 Maintains the distinctions between coaching, consulting, psychotherapy and other support professions

코칭, 컨설팅, 심리치료 및 기타 지원 전문직 간의 차이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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