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통해 나를 이해하다
이희영 소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소장
국제코치훈련원 소장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가족상담석사
가족코칭전문가
예비부부코칭 전문가
상담심리사
우리는 흔히 분노를 좋지 않은 감정으로 여긴다. 그래서 드러내기보다는 감추거나 억누르고,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을 보면 ‘왜 저렇게까지 하지?’ 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분노는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다. 충족되지 못한 욕구, 표현되지 못한 마음이 드러나는 중요한 신호이기도 하다.
나 역시 분노를 통해 내 안을 깊이 들여다보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는 2남 5녀 중 네 번째 딸로 시골에서 태어났다. 딸이라는 이유로 아버지께 환영받지 못했고, 그 기억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말수가 적고 자신감이 부족했던 나에게 결혼 후 어느 해, 남편이 생일을 챙기지 못한 사건은 생각보다 큰 파도로 다가왔다. 단순한 서운함이 아니라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그 감정을 곰곰이 들여다보니 이유가 보였다. 태어날 때 환영받지 못한 기억 때문에, 적어도 생일만큼은 나를 특별하게 기억해주길 바랐던 것이다. 결국 나는 남편에게 솔직히 마음을 털어놓았고, 그날 이후 남편은 내 생일을 정성껏 챙겨주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분노는 단순히 화를 내라는 신호가 아니라, 내면의 아픔과 욕구를 알려주는 언어라는 것이다.
지금은 안다. 분노가 올라올 때 그것을 억누르는 대신, 그 속에 담긴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을. 억울함, 상처, 채워지지 않은 바람이 분노의 뿌리일 때가 많다. 완벽하게 해내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꼭 필요한 것에 집중하며 나 자신에게도 여유를 주다 보면 분노는 자연스럽게 잦아든다.
분노를 잘 다루면, 그것은 삶을 무너뜨리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길이 된다. 분노는 결국, 나를 치유와 회복으로 이끄는 또 하나의 문이다.
성찰 질문
1. 내가 분노를 느꼈던 순간 뒤에 숨겨진 진짜 욕구는 무엇이었나요?
2. 다음 번 분노가 찾아올 때, 나는 그것을 어떻게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