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관리, 억누름이 아니라 적극적 개발이다
(2-6번 역량)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학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학교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지난주 슈퍼비전에서 한 코치가 고백했다. "40대 고객이 이직을 고민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야기하는데, 제 가슴속에서 갑자기 불안이 치밀었어요. 며칠 전 제 경제적 어려움이 떠올라서요. 그만 '요즘 경제 상황이 어떤데요, 정말 괜찮으시겠어요?'라며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질문했습니다." 고객은 결국 "코치님이 더 불안해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순간 코칭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고객인가, 아니면 코치 자신의 감정인가. 이런 상황은 결코 드물지 않다. 고객의 심리적 어려움, 실패의 두려움, 관계의 상실을 마주할 때 코치 자신의 감정이 튀어나와 세션을 장악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국제코칭연맹이 2025년 새롭게 발표한 핵심 역량 2.06번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는 능력을 개발하고 유지한다'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조절에서 관리로, 패러다임의 전환
ICF는 2025년 업데이트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담았다. 이전에 사용하던 '조절(Regulate)'이라는 표현을 '관리(Manage)'로 바꾼 것이다. 이는 단순한 단어 변경이 아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통제하는 수동적 접근에서, 감정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전문가적 접근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조절은 감정이 올라올 때 참거나 숨기는 것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관리는 다르다. 감정을 인정하고, 그것이 코칭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며, 필요하다면 자원으로 활용하고, 방해가 된다면 분리하는 일련의 적극적 과정을 포함한다.
감정 지능 연구에 따르면 감정 조절 능력은 코치의 동기부여 효능성과 유의미한 관련이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평가하는 능력은 교육 기법 효능성과 연결된다. 즉, 감정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코칭의 질을 직접 좌우한다.
세션 중 감정 관리의 실제
한 코치는 은퇴를 앞둔 50대 고객을 만났다. 고객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코치는 자신의 노후 불안이 올라오는 것을 감지했다. 여기서 코치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 불안을 억누르고 모른 척 할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관리할 것인가.
유능한 코치는 후자를 선택한다.
첫째, 감정을 명명한다. '아, 내가 지금 노후 불안을 느끼고 있구나.' 이렇게 감정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순간, 감정은 나를 지배하는 주인에서 관찰의 대상으로 바뀐다.
둘째, 감정의 출처를 파악한다. '이건 고객의 상황에서 온 것인가, 아니면 나의 개인적 이슈인가?'
셋째, 감정의 유용성을 판단한다. '이 불안이 고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방해가 되는가?'
이 과정을 거친 후 코치는 선택한다. 만약 이 불안이 고객의 감정을 반영하는 공명이라면 활용할 수 있다. "제가 지금 약간의 긴장을 느끼는데, 혹시 고객님도 비슷한 감정이 있으신가요?" 하지만 이것이 순전히 코치 자신의 이슈라면 분리한다. '이 감정은 세션 후에 내 슈퍼바이저와 다루어야겠다.'
ICF 핵심역량 5.04번은 "고객과 함께 현존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관리한다"고 명시한다. 2.06번에서 개발한 감정 관리 능력이 5.04번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것이다. 코치가 자신의 감정에 압도되지 않을 때, 비로소 고객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낼 수 있다.
감정 관리 능력의 개발
역량 정의에는 '개발한다(Develops)'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감정 관리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의도적 연습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임을 의미한다. 감정 지능 연구자들은 감정 지능이 고정된 특성이 아니라 학습과 연습을 통해 발달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개발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 인식 일지를 작성한다.
매 세션 후 5분간 어떤 순간에 어떤 감정이 올라왔는지, 그 감정이 코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기록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어떤 유형의 고객, 어떤 주제에서 자신의 감정이 활성화되는지를 알게 되면 미리 준비할 수 있다.
둘째, 실시간 감정 관리 기법을 훈련한다.
명상, 깊은 호흡, 그라운딩 기법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한 코치는 세션 전 창밖을 바라보며 세 번 깊게 호흡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코치는 세션 중 감정이 올라올 때 발바닥에 집중하며 '지금, 여기'로 돌아온다.
셋째, 슈퍼비전을 정기적으로 받는다.
코액티브코칭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밝은 면과 그림자를 수용하면서 온전한 자아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슈퍼바이저는 코치가 보지 못하는 감정적 맹점을 짚어주고, 더 깊은 자기 인식으로 안내한다.
감정 관리 능력의 유지
역량 정의에는 '유지한다(Maintains)'는 표현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감정 관리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실천임을 강조한다. 한 번 배웠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코치는 평생에 걸쳐 자신의 감정적 그릇을 닦아가야 한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은 세션에 침투한다. 코치 자신의 그릇이 일상의 감정 찌꺼기로 가득 차 있다면, 고객의 감정을 담을 공간이 없다. 매일의 성찰 일지, 자기 돌봄 루틴, 코치 자신을 위한 상담이나 코칭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2025년 업데이트된 ICF 핵심역량 2.07번은 "세션 전, 중, 후에 걸쳐 정서적, 신체적, 정신적 웰빙을 유지한다"고 명시한다. 2.06번의 감정 관리 능력은 2.07번의 전반적 웰빙과 연결된다. 번아웃 연구에 따르면 자기돌봄 일상화의 핵심요소는 자기수용과 자기친절이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코치는 도전적인 상황에도 잘 대처하고 소진 증후군도 잘 극복할 수 있다.
존재 그 자체가 코칭 도구다
한 코치는 말한다. "저는 매일 아침 20분간 명상을 합니다. 그날 제게 올라오는 감정들을 관찰하고, 필요하다면 처리하죠. 그리고 세션 전 5분은 고객을 위해 마음의 공간을 비웁니다. 이 루틴이 없다면 저는 제 감정에 휘둘리는 코치가 될 거예요."
코치는 고객의 거울이다. 거울이 얼룩덜룩하면 고객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코치가 자신의 감정을 깨끗하게 관리할 때, 비로소 고객은 그 투명한 거울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왜곡 없이 마주할 수 있다. 영적 코칭 연구에 따르면 명상과 성찰 일지 작성과 같은 자기 성찰적 실천이 중요하며, 마음챙김 훈련을 통해 코치는 자신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배운다.
최고의 코칭 도구는 코치 자신의 '존재' 그 자체다. 그 존재가 감정적으로 맑고 안정적일 때, 코칭은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ICF 핵심역량 2.06번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이것은 코치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들에게 주어진 평생의 과제이자, 전문가로서의 정체성 그 자체다.
당신은 지금 감정이라는 말을 타고 달리는 기수인가, 아니면 말에 질질 끌려가는 사람인가. 그 고삐를 단단히 쥐는 것, 그것이 바로 감정 관리 능력의 개발과 유지다.
성찰 질문
1. 최근 코칭 세션에서 당신의 개인적 감정이 올라왔을 때,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관리했나요?
2. 당신에게는 감정 관리 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개발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상 루틴이나 시스템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참고문헌
ICF Core Competency 2.06 Develops and maintains the ability to manage one's emotions.
ICF 핵심 역량 2.06번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는 능력을 개발하고 유지한다'
https://coachingfederation.org/credentials-and-standards/core-competencies
Examining relationships between emotional intelligence and coaching efficacy